홈으로 contact us 사이트맵
공지사항
상담후기
> HOME > 예담소식 > 공지사항
예담스토리
제목 [기본] [칼럼: 안미경 소장의 이런 심리] 도울 의무에 우선하는 거절할 권리 날짜 2018.02.27 01:38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216


no-585302_1920.jpg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심리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비밀보장이다. 형사사건의 법원요구 앞에서도 꿈쩍 않을만큼 강력한 윤리적 규범이다. 

 

하지만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생명의 위협이 있을 경우 상담의 비밀보장은 철회된다. 내담자 및 주변인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가족 등의 보호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보다 적극적인 보호와 대처를 강구하여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분명 심각한 상황인데 연락할 보호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다. 갓 성인이 된 스무살 여자아이는 홀어머니가 돌아가시며 충격을 받은데다 친척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놀라 분열형 성격장애가 급속히 진행됐다. 세상 그 어디도 의지할 곳 없는 이 아이는 집을 나와 찜질방을 전전하다 상담실을 찾았다.  

 

홀로 타지역으로 이주해 외톨이처럼 은둔해 살았고 피해의식이 심해 대인관계도 없었다. 그러던 중 경험하게 된 관계의 실패감으로 한동안 호전되던 상태가 다시 악화됐다. 하지만 연고도 없고 더 이상 미성년자도 아니기에 자발적으로 상담이나 병원치료를 선택하고 유지하지 않는 이상 도와줄 방법이 없다. 정말 딱하고 난감하다. 

 

자살시도를 했던 한 내담자는 병원으로부터 입원치료 진단을 받은 상태였으나 부모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상담센터의 상담치료 역시 얼마 안 가 중단했다. 이럴 경우 병원이나 상담소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다. 싫다는 사람을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땐 내담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 화도 치민다. 이들은 가족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를 확실하게 감추고 자살방지서약서에 사인도 하지 않는다. 가족과 분리돼 있을 경우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 답답해 미칠 노릇이지만 눈을 질끈 감으며 무력감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얼마전 지상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중년여성에 대해 소개했다. 그녀는 기관이나 가족, 주변인들의 관심과 도움을 완강히 거절한 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관찰 소견으로는 분명 강박과 망상이 있었고 조현증으로의 진행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거리에서 온종일 힘들게 지내는 처지를 알게 된 부모형제는 그런 그녀를 외면할 수 없다며 강제입원이라도 시키겠다는 입장이고 기관은 쉼터연계 등의 도움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경우 그런 개입이 꼭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효율적이진 않아도 자신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보호능력을 갖추고 있고 타인에 대한 위해요인도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녀의 태도와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으나 어쩌랴,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의 방법에 대해 뭐라 강요하거나 훈수둘 수 없는 것을.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상대가 그렇다면 그것을 용인해주는 수밖에 없다. 내 기준으로 상대를 바꾸려 하는 것은 설령 그게 꼭 필요한 도움이라도 상대의 거절을 넘어설 순 없다. 또 현실적으로 적절한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다.  

 

자기 삶의 결정권을 타자인 내가 내 기준대로 돕겠다고 뺏어올 순 없다. 분명 참으로 안타깝고 허탈하기도 하지만 외면하지 않고 지켜볼밖에. 그래서 어느 순간 도움을 요청할 때나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하고 미끄러질 때 손 내밀고 잡아주는 것 그리고 비정상이라는 평가와 판단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센터장)


원문보기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80223010008187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