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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말 잘 듣는 착한 어른, 건강한 성인은 아니다 날짜 2022.12.13 23:37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25


말 잘 듣는 착한 어른, 건강한 성인은 아니다





착하다는 말은 어른의 요구에 잘 따르는 순응적인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주로 칭찬의 말로 사용하는데 성인이 되어도 내심 듣고 싶은 말이다. 누구나 스스로 착한 사람이고 싶고 그런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착하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은 대체로 대인관계도 무난하고 타인의 요구에 협조적이다. 하지만 겉으로 무난하고 협조적인 것이 대인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손해를 잘 보는 것과 배려나 양보를 잘 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나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착함, 두려움에 압도당하는 순응성은 심리적인 유약함을 의미한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순진함이 적응의 어려움을 가져오듯 상황에 부적절한 인내와 이타심은 의존적인 태도와 심리적인 고통을 유발하며 결국 더 큰 문제들을 야기한다.


종종 착하고 순한 남편이나 아내가 느닷없이 이혼을 선언하며 배우자를 놀라게 하는 경우를 본다. 같이 싸우기 싫어 갈등이 있어도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며 참고 넘어가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관계를 차단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하라는 대로 말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술 담배, 가출, 욕설 등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반항을 하며 부모를 당황시킨다. 외연적으로는 돌발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음속 저항과 불만들이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쌓이고 응축된 결과다. 

 
이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거절과 같은 싫은 소리를 거의 못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만난 어느 중학생은 자신에게 자주 소리 지르며 화내는 선생님이 너무 싫지만 늘 자신이 잘못했으며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답한다고 한다. 또 시험 때도 하루 종일 교회에서 주일을 지키라는 모친의 요청에 부응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화가 나 미워하고 있었다. 심지어 외도를 의심하는 배우자의 집요한 밤샘추궁이 있을 때마다 없는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각서를 써 온 사람도 있었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무릎 꿇는 순응은 싸움이나 갈등 같은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는 임시방편이 될 수도 있겠으나 대게의 경우 감당해야 할 더 큰 일들을 만들게 된다. 

 
이런 경우 주로 지배적인 성향의 배우자나 부모가 반대쪽에 있는데 안타까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잘 지내던 배우자가 왜 갑자기 이혼을 하겠다는 건지, 왜 아이가 돌변해서 공부를 내팽개치고 말을 안 듣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의 순응을 착하고 다정한 행위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고 통제하는 데 집중하면서 그들의 정서적 고통이나 자율성의 침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해서다. 착하다는 행위에만 집중하며 내면의 정서를 놓치면 눈에 보이는 행동만 쫒게 된다. 

     
때때로 지나친 순응성은 심각한 무력감을 야기하는 등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한다. 필자가 만난 청년은 사소한 일에도 상대가 서운할 수 있는 얘기나 원하지 않는 요청은 전혀 말하지 못했다. 늘 주변 지인들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며 살고 있었으나 내면에는 불면과 불안 등 정서적 불안정과 신체적 불편감이 상당했다. 흔히 착하다고 불리는 사람은 유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에는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공격성이 상당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욕구를 억압하며 무의식적으로 축적된 공격성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엉뚱하게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너무 착한 사람이 아니라 적당히 착한 사람이 되자. 내면의 공격성과 무력감에 시달리지 않고 울퉁불퉁해도 내 삶의 자율성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교육학 박사


**브릿지경제 오피니언 12월 9일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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