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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부모 자식간, 사랑만 있을까? 날짜 2022.10.19 21:03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67


부모 자식간, 사랑만 있을까?








“어머니를 좋아하세요?”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금방 대답하는 사람도 있지만 머뭇거리는 사람도 많다. 반면 생각할 틈도 없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답을 바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대답은 ‘그렇다’와 ‘좋은 분’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조금만 탐색해보면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부모를 미워하고 거부하는지, 심지어 절대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해왔는지를 기억해내고 스스로 놀라곤 한다.

부모님이 헌신적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왔으나 막상 자신은 부모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더 이상 좋기만 한 분들이라고 여기지 않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해 생긴 무의식적인 상처로 인해 분노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부모에 대한 분노를 드러낼 수 없는 자녀는 그런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쓴다. 부모가 좋아하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며 착한 자식이 되려는 게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그런 자신을 벌주려 부모가 자신을 미워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김혜자 마더.jpg





그럼 내리사랑이라는 부모의 자녀사랑은 온전할까. 부모라 해도 자식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없지 않다. 자기 욕구와 못 이룬 꿈을 자녀를 통해 성취하려는 무의식적인 마음도 있다. 이것 역시 겉으로 드러낼 수 없기에 늘 ‘자식을 위해서’ 또는 ‘사랑하니까’라는 그럴싸한 옷을 입고 나온다.

사랑해야 하는 부모를 좋아하지 못하는 죄책감과 수치심이 클수록 자식은 이를 감추기 위해 착하고 말 잘 듣는 모습 뒤에 숨거나 사고뭉치가 돼 도망친다. 마찬가지로 자식에 대한 자신의 무의식적 투사가 크면 클수록 부모는 자녀에게 집착하며 자기만의 자식으로 소유하고자 통제하고 개입하려 한다. 영화 ‘마더’를 보면 배우 김혜자가 살인을 한 자식을 보호하려는 모친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그렇게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마냥 아름답고 감동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깊은 내면에는 손상된 자식을 허락할 수 없는 자기애의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어느 하나로 단정짓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관계의 패턴이나 태도가 어느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너무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하다면 한번쯤 살펴 봐야할 일이다. 오랜 기간 너무 착하기만 했던 어느 대학생 딸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던 엄마를 피하고 거부했다. 그런 딸이 야속하기만 한 엄마는 딸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서도 여전히 딸을 자신이 보살펴야 한다며 실제로는 딸의 얘기와 요구를 묵살했고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상처 주는 방식으로 관계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부의 자기애와 그로 인해 일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채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하고 기대하거나 장담하지 말자. 인간이란 존재의 무의식적 내면은 매우 복잡하고 여러 갈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내 안에 사랑이 전부가 아님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미워하는 마음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의존하거나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붙잡고 소유하는 일이 덜 생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위 글은 [브릿지경제] 2022.10.16.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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