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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명절, 당연한 건 없다 날짜 2022.10.19 20:51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38


명절, 당연한 건 없다






명절하면 으레 등장하던 여성들의 음식장만 얘기는 조금씩 진부한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제사나 성묘도 간소화되는 추세고 음식맞춤 등을 이용해 간편한 상차림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여성의 과중한 노동에 대해서도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에 대한 여성들의 심리적 부담은 여전하다. 왜 그럴까.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며 시어머니를 도왔으나 남편에게만 관심을 보이며 음식까지 떠먹이는 시집 분위기에 거리감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1년에 고작 두어 번인데 어머니 비위 하나 못맞추냐”고 말한다. 아내는 부탁이 당연한 게 돼있을 때 느끼는 당혹감으로 마음이 얼어붙고 남편은 자기 부모에 대해 그 정도의 아량이나 헌신조차 거부하는 아내가 너무 야박하고 이기적이라고 느낀다.

사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떠해야 한다는 가치와 신념이 만들어내는 굴레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의 분량이 줄고 있지만 남편과 시댁의 명절에 대한 신념을 같이 공유하기 어려운 아내에게 심리적 부담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원래 하는 게 마땅하다는, 그래도 전보다 덜 힘들지 않느냐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해 대화의 출발선부터 엉클어지게 된다.

어느 날 여자 친구가 생긴 아들은 어릴 때부터 이어온 가족모임에 불참하기 시작하며 부모와 갈등이 생겼다. 아들은 자신의 새로운 삶의 스타일에 대해 존중받고 싶었고 참석 여부의 선택권을 갖길 원했다. 부모는 오랜 기간 유지돼온 가족 문화가 흔들리는 게 싫었고 자신들의 권위가 유지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져 마음이 언짢았다.

며느리가 교회 다니는 걸 알았던 어떤 어머니는 결혼 이후 제사에서 절하기를 요구했고 그렇게 새 식구를 인사시키는 것이 조상들에 대한 도리라고 여겼다. 당황되면서도 갓 결혼한 뒤의 어려운 자리라 시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따른 며느리는 두고두고 신앙이라는 자신의 가치관이 무시당했다고 느꼈다.

자신의 신념을 은연 중 타인에게 투사하곤 하는 경우들은 비일비재하다. 장성한 자식을 취직시키거나 결혼시키지 않으면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해지고 그 불편감에 상대가 자기 역할을 다 하도록 강제하면서 내 생각을 재촉한다.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이 상대도 좋은 것이라 믿으며 그것을 전달하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려 한다.


상대가 고마워 하기는 커녕 싫어하고 불편해한다면 내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절이면 꼭 기름튀기며 전을 부치고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고 누구나 즐겁고 행복해야 하냐는 누군가의 반박이 신박하다. 그러지 못해도 조금 덜 그러해도 괜찮다는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만고불변의 이치가 있을까. ‘절대’적 신념이나 법칙은 종종 좋았던 관계를 와해시키곤 한다. 서로 좋을 수 있으려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발 물러나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지내고 보니 서로의 신념을 강제하지 않을 때 오히려 편해지곤 한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 위 글은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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