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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마음의 상처는 오래 간다 날짜 2022.10.19 20:40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08


마음의 상처는 오래 간다







기록적인 폭우가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망자와 몇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이미 그 피해 정도가 상당한데도 집중호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피해자들과 그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심리 사회적 지원 프로토콜이 움직이는데 전문가들에 의한 심리적인 지원이 점차 그 중요성과 효율성을 확인해가고 있다.

사실 세월호 사태나 쌍용자동차 분쟁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전국의 상담사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 핫라인을 만들어 무료로 전화상담을 유지해왔다. 재난 후의 사회적 심리지원은 피해 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재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 중 심리적 지원은 대체로 조정자와 심리상담 전문가, 특정유형의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기 서로 다른 시간에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욕구와 필요에 대해 반응하며 돕는다.

연구에 따르면 자연재해는 인간이 유발한 재난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몇 가지 변수들이 상황을 개선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우선 희생자라는 느낌보다는 생존자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속감을 느낄 때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더 강해져서다.

또 사회적 분위기 개선을 향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재해가 나만의 불행이 아닌 한 공동체가 겪은 고통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아울러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해서 무기력감과 의존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된 일상을 복구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신체적 무결성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재해지와 가까운 환경에서 수행돼야 한다. 재난 트라우마가 만성적인 증상으로 가지 않도록 직접적인 방법을 통하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생존자를 알리거나 소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도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년 전 화재피해를 경험하고 모친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1~2년 심리상담을 받고 극복했다고 여겼으나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화염에 휩싸인 집과 모친을 구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옛일에서 다 회복된 것처럼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며 티내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응하는 자신의 태도가 그녀를 힘들게 했다. 수년이 지났어도 TV뉴스에 화재보도가 나올 때면 당시 악몽이 떠올라 벌벌 떨게 된다.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꽤 지났으니 괜찮아졌으리라 여긴다. 이에 대해 아직도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하던 그녀는 자신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음을 자각하고서야 자기보호에 편안하고 적극적이 될 수 있었다.

그녀와 같은 우리 주변의 재난 피해자들과는 자칫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지 않아야 한다.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대립하지도 않아야 한다. 특히 피해 당사자를 향한 잔소리나 지시는 마치 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살이나 타살의 위협에 민감해야 하며 생존자가 말하길 원하면 무슨 말이나 신념이든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마음이 힘든 이웃을 돕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심리적 돌봄을 배우고 주고받는 삶의 과정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위 내용은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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