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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n번방’의 비극을 낳은 왜곡된 남자다움 날짜 2020.05.26 13:14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457


‘n번방의 비극을 낳은 왜곡된 남자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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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은 가희 엽기적인 세계다. 일반적인 성적 기호를 가진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병적인 남성성이 거리낌 없이 배설되는 곳이었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 착취가 벌어지는 범죄공간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진 가학적이고 끔찍한 성범죄는 그 자체로 이미 경악스럽지만 그 이면이 확인되는 운영자의 모습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포토라인에 선 주범 조주빈은 느닷없이 유명인사 3인의 이름을 언급해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미리 준비해 온 듯한 그의 계산된 사과멘트는 사건을 정치화하겠다는 포석과 함께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하세계에서 교주처럼 군림하던 24세의 청년은 구속된 이후에도 여전히 유명인사들을 쥐락펴락 했던 자신의 사기행각을 과시하며 거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원했다.

포르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담고 있어서다. 여성 폭력 내용은 포르노 사이트의 40%에 이른다. 또 포르노 사이트의 가장 많은 검색어가 ‘teen(10)’이다. 어린 여성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내용이 포르노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성적학대를 다루는 사이트 연간 접속건수는 자그만치 60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실상의 이면에 남성들의 지배욕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뒤틀린 지배욕은 약자를 대상으로 하며 여성혐오로 이어진다.

필 바커는 자신의 책 남자다움의 사회학에서 여성과의 경쟁에 불리해진 남성이 보상심리로 여성을 향한 폭력에 집착한다고 분석한다. 남성의 노동력에 기대왔던 경제적 토대가 지식과 정보로 옮겨가면서 남녀간 차이가 없어지고 있고 여성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되서 나타난 남성의 경쟁심과 열등감, 자격지심 등의 발로라는 것이다.

이는 남자다움이 곧 강한 남성이라는 환상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약해보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고 그에 따른 두려움이 엄청나다.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남성들이 자기가 무시당한 것은 자신이 약해 보여서이며 약하면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걸 보게 된다. 약한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이자 강한 남성에 대한 환상이다. n번방을 일부 성 일탈자의 이례적 공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지금도 여전히 제2, 3의 박사방이 밤마다 개설되고 있고 성 착취물이 공유되고 있음이 그 증거다.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의 강한 남성성에 집착하는 병리적 특성을 극단적으로 반영한다.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종종 타인을 통해 자신을 만족시키려 하는데 일그러진 남성성은 완력이나 권력, 돈이나 기득권으로 약자를 굴복시키는 데 집중하곤 한다. 용기는 미투운동을 벌이는 여성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강한 남성이라는 환상에 갇혀 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기 모습 그대로 충분하고 괜찮음을 수용할 수 있다면 n번방의 재생성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순응성이 여성다움이 아닌 것처럼 지배욕은 남자다움이 아니다. 엄청난 착각이요, 폭력적 사고일 뿐이다. 진정한 힘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불만족감과 고립감을 채울 곳은 n번방이 아니라 사람이다. 온라인이 아니라 체온이 담긴 따뜻함이다.


 안미경(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Phd.) 


** 위 내용은 브릿지경제 [브릿지 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004020100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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