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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인데 날짜 2023.04.05 19:36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10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인데



아이를 원하는데 임신이 안돼 힘들어하는 부부가 있었다. 가만 들여다보니 이들에겐 아이가 있었다. 아내였다. 아내는 아이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남편의 관심과 돌봄을 모두 차지하길 원했고 남편과 둘이 마음대로 먹고 돌아다니며 즐기는 현재의 생활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칭얼대거나 울며 의존했고 아이를 낳은 이후의 생활변화에 대한 기대나 계획이 없었다. 한마디로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이 아이로 남아있길 원했다. 그런 자기마음을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반면 기업의 중견관리자이던 한 기혼여성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남편은 대놓고 임신을 반대하진 않았으나 없어도 좋다는 완곡한 입장이었고 시댁도 별 말이 없자 수년째 직장 일에만 집중하며 지내고 있었다. 책임감 있지만 순응적인 성향의 그녀는 남편에게 아이를 원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워했고 어느새 자신도 딱히 원하는 건 아니라고 여기며 살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며 그녀는 자신이 실은 아이를 원하고 있고 가족 어느 누구도 이를 반대한 적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건조한 일상에 웃음기 없던 그녀는 몇 달 뒤 활짝 웃으며 임신소식을 전해왔다. 자기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 삶이 바뀌었다.

상담을 하다보면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일련의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생명이 자기자리를 찾아오는 일만 그럴까.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스르륵 주변 환경이 바뀌며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고 꼬여버리기도 한다. 회사 내에서 만년 과장이던 사람이 상사가 절대 자신을 승진시켜주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다가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확인하고 자신의 태도를 바꾸면서 곧바로 승진하거나 속으로는 미워하고 경멸하면서도 자기에게 온갖 속 얘기를 털어놓는 상사의 말을 끊임없이 들어주고 맞춰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직당하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은 수없이 많다.

어느 누구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우연이라고 단정내릴 수도 없는 일들이다. 분명한 건 우리를 둘러싼 많은 일들 중에는 우리의 마음이 엉뚱한 곳에 가있기에 야기되는 일들도 꽤 많다는 점이다. 자신이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 어느 사업가는 알고 보니 오래도록 어머니를 매우 미워하며 모친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나이든 여성을 동일하게 싫어하게 됐다. 그의 욕구는 여성비하가 아닌 수용적인 어머니의 따스함이었다.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고 규정하며 지내는지, 또 실제로 무엇을 욕구하는지는 선형적인 인과관계로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결과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돌고 돌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접촉한다. 시공을 초월한 직관이나 영의 영역, 무의식의 맥락에서 움직이곤 하는 마음의 세계가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자기마음은 하나도 없고 다른 사람 마음으로 가득 채워 사는 사람이 있다. 자기마음을 탐구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 마음을 잘 알면 관계도 한결 수월해지고 내 태도나 행동도 훨씬 안정감 있으며 편안해진다. 그러려면 내 마음을 바로 아는 것,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심리상담은 그런 의미에서 유익한 접근방법 중 하나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위 글은 2023.3.6.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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