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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부부싸움은 둘이서만 날짜 2023.04.05 19:22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88

부부싸움은 둘이서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린 아이에게 종종 던져지는 어른들의 장난스런 질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 옆에 부모가 있고 그래서 아이가 대답하기 더 난처한 상황이 되는데 대부분은 그런 아이의 당혹감을 다 같이 즐기며 웃고 넘어간다. 행여 아이가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 해도 문제될 건 없다. 재미삼아 던지는 말이라 애초에 정답도 없고 진지하게 답할 이유도 없다. 어떤 반응에도 유쾌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선택하라는 압박을 진지하게 받게 되면 얘기가 다르다. 가장 흔한 경우가 부모의 부부싸움이다. 관계엔 늘 갈등이 있을 수 있기에 싸울 수도 있다. 문제는 부모가 종종 자신들의 싸움에 자녀를 끌어들이는 데 있다. 자식에게 상대 배우자를 비난하며 하소연을 하거나 심지어 누가 옳은지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자식은 부모의 싸움도 싫지만 싸움 뒤에 이어지는 부모의 하소연이나 비난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더 끔찍하다. 제 부모 욕을 부모에게 들으며 동조할 수도, 화낼 수도 없는 옹색한 자리에 갇혀 마냥 참을 것을 강요받는 시간이다. 부모는 단지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자녀와 나누며 위로받기를 바라겠지만 실제로는 자녀의 마음을 짓누르며 고문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자녀가 “그런 얘기 좀 그만 듣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면 “이런 얘기를 어디 가서 하냐” “가족이니까 그런 얘기 하는 건데 그 정도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힘든 사람은 난데 듣는 게 뭐 힘드냐” “내가 틀린 말 했냐” 등 항변한다. 그 끝에 “너도 아빠(혹은 엄마) 편이냐!”라며 결정타를 날린다. 이쯤 되면 아이는 더 할 말이 없다. 편 가르기로 내몰린 아이는 한쪽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고 다른 쪽 부모를 외면할 수도 없다. 부모에게 계속 사랑받고 싶고 버려지고 싶지 않은 아이는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부모의 눈치를 보고 요구에 응하며 괴로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부모는 종종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녀를 칭찬하며 뿌듯해하지만 자녀의 실제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겉으로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예의바른 자녀지만 속으로는 부모가 불편하고 어렵다는 사람이 있었다. 이미 성인이 된 그는 부모와 단 둘이 있는 시공간이 어색하고 딱히 할 말이 없어 주로 듣기만 하거나 대답만 한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속내를 얘기해 본 경험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의 부모는 자식인 그와의 관계가 더없이 좋고 친밀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이런 이들은 부모를 좋은 분이라고 말하지만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심리적인 방어가 늘어나 결국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편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상대가 원하는 나를 만들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공허함을 느끼거나 친밀한 관계 맺기에 번번이 실패하는 어려움을 갖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종종 자신의 불편한 감정에 집중해 자녀와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지 못한다. 마치 자신의 분신임을 확인하듯 자녀에게 기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아프게 하면서, 또 아이에게 소중한 사람을 욕하면서, 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그 무게를 감당하게 하는 것은 어른의 도리도, 부모의 역할도 아니다. 부모의 자리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안 함으로서 지킬 수 있다. 자녀 마음에 불필요한 갈등, 가치 없는 혼란을 제공하는 것은 아이를 아프게 한다. 부부싸움은 부부의 문제다. 아이들을 둘 사이에 끼워 넣지 말자. 가족끼리의 편먹기는 윷놀이 때나 필요하다. 내 아이의 행복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다룰 줄 아는 부모라야 지켜줄 수 있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3/2/5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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