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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광고인 심리상담 사례와 조언 날짜 2021.06.13 21:19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213

나부터 행복하기


광고인들은 업무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 광고제작은 업무 수행전반에 걸쳐 높은 업무 몰입도를 요구하는 만큼 스트레스 강도도 높지만 프로젝트나 PT가 성사됐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직업 특성상 잦은 시간 외 근무나 야근은 물론이고 예고 없이 이루어지는 갑작스런 미팅과 외근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생활이 부족하고 일과 사생활의 균형잡기가 수월하지 않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느끼는 불안도 상대적으로 높다. 게다가 이직이 많은 편이고 주요 근무자들이 젊은 층이기 때문에 정년퇴직에 대한 정서적 안정감도 높지는 않다.

한마디로 성취감이 뛰어난 멋있는 전문직업이지만 그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 전문가로서의 진정한 능력발휘가 가능한 곳이 광고인의 세계다. 여기엔 월급이나 승진, 근무시간과 같은 물리적인 스트레스도 있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워라밸 불균형,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나 괴롭힘처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광고인들은 특히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조적 예술작업에 종사하기에 심리정서적 안정감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을 적절히 해소하거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심리상담은 이를 돕는 전문적 과정이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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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들을 오랫동안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일이 너무 많고 개인생활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밤낮없이 야근하며 주말까지 근무하다 어느 순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이직을 고려하며 찾아온 직원이 있었다. 20-30대 젊은 층일수록, 또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일에 전념해온 직원일수록 속으로는 이 같은 고민이 크다. 찾아온 직원 역시 30대였고 어쩌다가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일의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 곧바로 의기소침해지면서 그 동안의 성취나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등 극심한 좌절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심한 경우 처한 상황과 증상에 따라 약물의 도움을 권하기도 하는데 이 직원의 경우가 그랬다. 처음엔 약에 대한 두려움 등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약물도움을 받으며 상담효과가 훨씬 좋아지고 빠르게 회복되자 ‘진작 먹을 걸 그랬다’며 현재는 약을 끊고 언제 우울했냐는 듯 밝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업무성과가 좋고 주변 동료와의 관계도 원만하지만 내적으로는 자기주장을 잘 못하면서 대인관계에 소극적인 팁장급 직원이 찾아왔다. 광고인이라는 직업적 성향에 걸맞게 완벽주의 성품의 소유자인 이 직원은 일의 완성도에 대해 높은 기대수준과 열정을 갖고 있었으나 자신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하직원들이 불만스러워 속으로 끙끙거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요구사항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을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했고 상대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적절히 대처하기보다 더 이상의 언급을 포기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커버하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부서 내 갈등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일도 깔끔히 잘 처리한다는 평을 받지만 본인은 휴가한번 제대로 못가며 혼자 일하는 느낌이 크다보니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외롭기도 하고 지치면서 무력감이 올라왔다.

중간관리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이같은 고충은 타인을 많이 의식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이런 경우 주변에 속내를 조금씩 드러내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자기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도 별일 안 일어나고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게 되자 이 직원은 점차 자기의사를 밝히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자신감이 생기며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크게 상처입지 않게 되었다. 상담을 종료하며 그는 자기가 하고픈 말을 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과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이 웃게 되었다.

광고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신체적 증상은 불면이다. 일에서 요구되는 몰입강도가 세기 때문에 쉼을 통한 몸과 마음의 이완이 꼭 필요하지만 늘 긴장 속에 살다보니 적절히 쉬거나 놀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이완시키는 것을 잘 하기 어렵다. 긴장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수면시간조차 각성된 상태로 일을 하느라 불면을 초래하고 집중력의 질도 떨어진다. 이때는 불면이라는 신체적 사인을 야기하는 내면의 진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데 심리상담은 여기서 그 길을 안내하는 지팡이 역할을 한다.

불면과 함께 광고인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어려움은 뭐니뭐니 해도 번 아웃, 즉 소진이다. 최소한의 에너지마저 다 짜내어 사용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집중도 안되고 의욕도 없고 그냥 붙어있는 숨만 내쉬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느낌으로 레일 위를 내달리는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면서 불편한 대상에 대해 속으로만 미워하는 경우가 꽤 생긴다. 특히 상사나 사수와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느껴질 경우 팀 내에서 수동적인 자세로 주어진 일만 처리하며 서서히 일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되기도 한다.

한번은 일을 매우 열심히 하며 주어지는 압도적인 양의 일들을 처리해내다 소진되어 결국 회사의 만류에도 퇴사를 결정한 직원을 만났다. 자신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거나 배려하지 않은 사수에 대한 원망이 컸고 회사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도 있었다. 자신은 힘들어 미칠 지경인데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고 끝까지 외면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상담실을 찾았다면 퇴사에 이를 만큼 소진되기 전에 자신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이 직원의 경우 자신의 주체적인 태도가 오히려 일을 그르치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거라고 여기며 자신을 포기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다행히 이 직원은 옆에서 마땅히 도와줄 사람을 찾기 어려울 때 그런 자신을 돕기 위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고 해야 함을 배우며 단단해질 수 있었다.

광고인은 소진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직업인만큼 자신을 잘 관리하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담은 이를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밖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추행은 물론 가족이나 자녀, 커플 갈등과 같은 개인적인 주제, 그리고 외도나 이혼 등의 민감한 대인관계 이슈도 심심치 않게 다뤄지는 상담주제이다. 대부분 몹시 고민하며 찾아와 어렵게 입을 떼곤 하는 참으로 조심스러운 내용들이다.

심리상담은 이러한 문제들이 야기하는 고통을 완화하고 적절한 방법 찾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인 접근이다. 광고인으로서 자신의 잠재적인 에너지와 자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삶의 여러 가지 방해물들에 대해 직면하는 자세로 보다 적극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적응, 수용의 방법들을 익히면 좋겠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보다 더 빠른 성취와 효율의 지름길은 없기에.

상담을 하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도움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런 자신을 돌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경우다. 상담을 예약하고 계속 못오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그렇다. 갑작스런 광고주의 미팅이나 자료요구, PT 준비에 따른 밤샘 작업이나 외근 등 상담을 받기 어려운 상황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나를 단단히 지키고 보호할 수 있어야 광고인으로서 홈런과 롱런이 가능하다. 먼저 행복한 광고인이 되자.



안미경/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교육학 박사



** 한국광고산업협회보 [The Ad]137호(2021.4.10)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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