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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브릿지 칼럼] 소리없는 폭력 '소외' 날짜 2019.12.27 15:18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514


[브릿지 칼럼] 소리없는 폭력 '소외'

 -예담심리상담센터 안미경 대표


연말연시다. 이 즈음이면 상담실은 방학이라는 여유를 틈타 학생들과 함께 방문하는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이들 대부분의 타이틀은 진로상담이지만 학교생활 부적응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다 오는 일도 다반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또래 따돌림이다. 진로상담의 경우도 막상 부모의 과잉간섭적 양육태도에 의해 가족 내 소외감을 느끼며 위축돼 지내는 아이들이 종종 발견된다. 소외는 집 안팎 어디서든 관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 또 소외대상이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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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감은 사회적 적응과정이나 대인관계에서 욕구가 좌절될 때 경험되는 감정이다. 집단 내에서 수용되거나 가치있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소외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스스로로부터 느끼는 개인내적 소외감도 있다. 소외상태에 이르게 되면 보통 무력감과 고립감, 유리됨, 무의미감 등을 느끼며 자기 가치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한국은 집단주의, 특히 '우리'의식을 강하게 느끼는 관계 중심적 문화다. 그러다보니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소외와 고독을 경험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이 나와 같은 집단의 사람인지 아닌지에 상당한 의미를 둔다. '우리'라는 결속을 해치지 않아야 우리 안의 구성원은 모두 좋은 사람인 것으로 여긴다. 한국 특유의 인맥 중심이나 고질적인 지역감정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거리감과 불편함을 느끼며 집단 따돌림의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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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행동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부적응적 반응으로 일어나는 역기능적 현상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주성과 존엄성, 사리의 정당성 여부가 존중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 나아가 집단 병리주의에 속한다. 학교밖 청소년이나 신체-정신적 장애소유자, 여성이나 아이, 노인, 성소수자, 탈북민이나 난민, 경제적 빈곤층, 퇴직자처럼 사회적으로 취약하거나 소수, 비주류로 여겨지는 경우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소외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소외에 의한 극단적인 선택은 자살이다. 소외상태가 지니는 존재론적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UCLA 나오미 아이젠버거 심리학 교수는 세 명이 공을 주고받는 비디오 게임을 통한 실험에서 따돌림 당하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이 실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도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똑같이 활성화되는 걸 발견했다. 따돌림이라는 사회적 소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몸을 다쳤을 때와 비슷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정서적 폭력도 물리적 폭력과 동일하게 다뤄져야 하듯 우리라는 집단의식으로 소리없이 행해지는 소외라는 구별지음의 의미와 영향에 민감해져야 한다.  구세군 이웃돕기 성금에 이어지는 손길이 아무리 따스하다 해도 우리와 다른 대상으로 구별하는 눈빛 하나로 소외의 늪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틀림이나 잘못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절로 되지 않는다. 꾸준한 갈고 닦음 뒤에야 의식의 변화가 체화되곤 한다.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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