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contact us 사이트맵
공지사항
상담후기
> HOME > 예담소식 > 공지사항
예담스토리
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계속 불행하고 싶은 이유 날짜 2023.11.08 23:05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74



   계속 불행하고 싶은 마음


KakaoTalk_20231108_231026603_04.jpg



꽤 오래전 한동안 마음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이를 눈치챈 근무지의 수퍼바이저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넌지시 툭 한 마디 던졌다. 내가 슬픈 노래만 듣는다며 그러니 더 우울하겠다고. 그 후 기분이 많이 가라앉거나 힘들 땐 듣는 음악을 부러 조절했던 기억이 있다.

행복하고 싶다면서 불행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자리에서 나오길 원하지만 정작 나올 생각은 안 한다. 외려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있는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당사자는 무슨 소리냐며 얼토당토않다고 따지거나 화낼 것이다. 본인이 얼마나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노력했는지 아느냐,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러냐며 억울해할 것이다. 하지만 힘들다면서 우울한 음악만 들었던 나처럼 실제로 벗어나고 싶은 상황에 그대로 있으면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꽤 많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외면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퇴직 후 5년째 구직활동 중인 어느 30대 남성은 취업과 결혼을 원하면서도 초조해만 할 뿐 아무런 생각과 고민이 없었다. 자기 삶의 변화를 원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얼마나 해 볼 생각이며 무엇부터 시작할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거나 굳이 그런 걸 자세히 생각해야 하냐며 밀어내거나 지적인 토론만 즐기다 그것에 만족하며 끝난다. 그러던 어느 날 말한다. 자기가 진심으로 달라지길 원하는 것 같지 않다고. 그리곤 다시금 그런 자신의 알아차림에 만족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는 정말 일하고 싶은 걸까.

어릴 때 멋모르고 찍은 동영상이 유포된 학생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하다. 이 일은 당연히 그에게 실로 어마어마한 심리적 외상을 안겼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대혼란을 가져왔다. 그는 자신이 입은 피해와 분노, 억울함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혹여 자기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거나 부모님이 알게 될까 봐 남모르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수년째 사건으로부터 헤어나길 원하면서도 유포된 동영상의 삭제에 끝없이 집중하며 매달려 있었고, 학업과 같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배려받고자 했다.

이처럼 어떤 상황이 싫다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이차적 이득’ 때문이다. ‘이차적 이득’은 심리학 용어로, 내적 갈등이 완화되는 일차적 이득과 함께 얻게 되는 심리적 보상에 해당한다.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과 동정을 얻거나,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는 등의 이득이다. 아프기 싫다면서 자주 아프고 헤어지기 싫다면서 매번 헤어지자 말하며 불안한 감정이 싫다면서 더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이런 이차적 이득과 관련이 있다.

위의 사례에서 구직 중인 남성은 직장을 새로 얻어 독립하지 않아도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 집에서 아쉬움 없이 지낼 수 있다. 자신의 동영상이 유포된 학생은 자신이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도 괜찮고 부모를 떠나 있는 데 자책을 덜 느껴도 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도 되는 심리적 근거를 갖는다.

변화는 무언가를 포기함으로써 일어난다. 고통스럽고 괴로운 상황은 어쩌면 이차적 이득에 해당하는 나의 ‘필요’에 의해 유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통받기 원하고 손해보기 원하는 사람은 없다. 내 삶에 변화가 없고 고통이 지속된다면 무엇이 현재의 행동을 유지시키는지 탐색해 보기 바란다. 힘든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교육학 박사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