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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추석 명절을 맞는 남편들에게 날짜 2023.10.01 14:44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08

추석 명절을 맞는 남편들에게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분주해진다. 간소화된 차례 문화로 노동 부담이 줄었고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등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다양화돼 노동 집약적이라던 명절증후군 얘기는 점점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큰 부부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명절이 다가오면 시댁 방문을 저어하는 아내와 이를 서운해하는 남편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자녀 양육을 도움받아온 남편이 있었다. 그는 아내도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가운 태도와 애정을 보여주기 원했다. 하지만 아내가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불편해하고 거리를 두자 속상한 마음이 되어 화를 내고 집을 나가 버렸다. 아내는 남편에게 사과하며 갈등상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듬해 남편이 같은 이유로 다시 화를 내고 집을 나간 뒤 해를 넘기도록 연락조차 없자 이혼을 결심한다.

시부모와 며느리 간 갈등에 따른 부부 위기는 대체로 남편이 그들 사이에 놓여있다. 특히 남편이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원조를 받은 경우 혹은 부모의 지원을 계속 원하는 경우에 흔하다. 부모와 자식은 각별한 관계지만 이 또한 인간관계이기에 내어준 것이 있으면 뭔가 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 최소한 고마운 마음의 표현, 인사라도 듣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다른 말로, 공짜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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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보상 욕구가 자기 뜻대로 채워지지 않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정도에서 그치면 괜찮은 경우다. 문제는 성급히 불만을 터뜨리거나 상대에게 감사의 태도를 요구하며 비난할 때 생겨난다. 위 사례의 경우 남편의 연로한 부친은 술을 마실 때마다 아들을 불러 앉히고 자신의 지원을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쳤다. 며느리의 살갑지 않은 태도를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꾸짖은 것이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며느리는 마음이 어땠을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며느리와 시댁 관계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자리잡고 말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다. 남편은 매번 부친을 화나게 하는 아내의 태도가 잘못이고 바뀌어야 한다고 여겼다. 아내만 자신의 부모에게 잘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지원은 다 받아놓고 그들의 타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며 아내를 탓하는 마음이 오랜 가출과 관계차단으로 이어졌다. 남편 입장에서 아내가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으니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건 심정적으로 그럴만하다. 그래서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자기 부모에게 배우자가 잘하면 좋지만 잘해야 한다는 전제는 조심스럽다. 관계에서의 역할과 도리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무리 바람직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부담스럽고 불편해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차라리 할 수 있는 아들이 더 잘 하는 게 좋다. 부모가 서운해하며 역정 내는 걸 감내하기 어려우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명절의 외연은 점점 세련돼 가고 있으나 명절에 대한 사고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명절 스트레스는 옷만 바꿔입었을 뿐 여전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1년에 다섯 번밖에 안 가는 데…”라며 아내에게 불만을 이어갈 것인가. 싫다는 아내가 이해하기 어려워도 아내를 바꾸려 애쓰며 관계를 깨뜨리는 대신 수용하는 자신의 변화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더 중한가.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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