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contact us 사이트맵
공지사항
상담후기
> HOME > 예담소식 > 공지사항
예담스토리
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삶에 정답은 없다 날짜 2023.08.26 00:10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128

삶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누가 옳은지 또는 무엇이 맞는지를 찾고 따지는 데 골몰한다. 해결방법을 모색하려 한다지만 정작 자신의 억울함이나 정당함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면서 상대를 부당하거나 잘못한 사람으로 만들어간다. 자신의 입장을 사실이나 진실, 상식적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전달하며 자기 생각을 주장하다 보면 상대방은 자동으로 그 반대편 자리, 옳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열등한 위치로 밀어내게 된다. 관계가 외려 더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심리적 거리조절이 어렵고 경계가 모호해서 그런 실수를 범하기 쉽다. 얼마 전 만났던 부부도 그랬다. 남편은 자신이 자그마치 세 가지 직업을 갖고 시간을 쪼개 쓰며 미칠 듯이 일하는데 온종일 집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아내를 보면 답답해서 울화통이 치민다고 했다. 아내는 남편의 학위취득을 위해 자신의 진로도 접어놓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와서 우울증까지 겪고 있는데 공부를 마친 후에도 귀국할 생각 없이 본인 계획대로만 밀고 나가는 남편에게서 자신에 대한 배려나 이해를 찾을 수 없었다며 눈물짓는다.

​누구의 얘기가 맞는 걸까. 아니면 누가 더 옳은 걸까. 남편을 보자. 그렇게 애쓰는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의 든든한 내조와 지지, 응원을 기대할 만하다. 아내는 어떤가. 자신의 의사는 무시되고 부적응과 무력감도 외면당한 채 결정에 대한 수용만을 강요당하니 그 옆에 머물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편 옆에서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없다며 헤어질 결심을 하는 아내나 아내가 일을 다 그르쳐놓고 떠나려 한다고 억울해하는 남편 모두 옳다.

​그렇다, 당신이 옳다. 당신이 맞다. 문제는 내 말이 맞는다는 그 자체가 상황을 바꾸거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수학 문제를 풀 듯 관계에서도 ‘정답 찾기’를 선호한다. 그들이 찾는 정답의 특징은 답이 하나이고 자신이 옳다는 것이다.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틀린 답이 돼야 한다. 그러니 대화는 갈등을 더 증폭시킨다. 내가 옳듯이 상대도 옳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옳음과 맞음이 상대의 것과 합쳐지며 진짜 정답으로 완결된다.

​나의 올바름과 정연한 논리, 합리적 추론은 엉뚱하게도 상대에게 상처와 위축감을 주며 거리를 더 벌리곤 한다. 또 내가 좋은 성과를 내고 우수한 면을 드러내면 옆 사람은 상대적으로 별 것 아닌 존재가 돼버리는 느낌을 받으며 움추러들기도 한다. 그것이 맞고 틀리고 그래도 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그럴 수 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이미 반 넘게 성공이다. 반대로 자신의 노력이나 헌신, 성취에만 집중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면 대인관계는 적신호를 면하지 못한다.

​정답만 말하는 사람은 대체로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부족하다. 대신 사회적 책임감이나 지배성, 불안, 추진력이 많은 편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심리정서적 허기,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공간이 열등이나 공허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사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니 없는 정답 찾기나 지나친 올바름은 웃음을 앗아 간다. 유머나 재치가 자라지 않고 편협하고 냉정하게 느껴져 무섭기도 하다. 삶은 정확하게 사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살 때 더 행복하고 재밌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위 내용은 2023/8/24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