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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브릿지 칼럼] '82년생 김지영' 착한 아내옷은 벗어던져라! 날짜 2019.11.27 16:58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714

[브릿지 칼럼] '82년생 김지영', 착한 아내 옷은 벗어던져라!

-예담심리상담센터 안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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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초기 성대결 양상으로 한동안 SNS를 달구던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개봉작 중 최고 평점이라는 대중적 호응 속에 꾸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월 12일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을 보면 남성관객8.87)도 여성관객(9.45) 못지않게 평점이 높다.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 상당수는 남녀구분 없이 영화에 대해 긍정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내가 바로 김지영이었다'는 감정이입과 '저렇게 살뜰한 남편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저항감, '나도 집에서 공유만큼은 한다'는 안도감처럼 성별과 세대에 따라 시선과 견해가 명료하게 엇갈리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같은 시선들은 두 가지 관점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나 자신을 대입시켜 비교하는 개인화된 관점이 그 하나고, 결혼이라는 제도와 이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라는 구조적 접근이 다른 하나다. 실제의 현상 속엔 개인적인 것과 구조적인 것이 한데 뒤섞여 있지만 개인의 행동은 사회적 의미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상담실을 찾는 부부도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적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곤 한다. 남편은 자기 몫의 집안일을 조금도 안도와준 아내에 대해 야속해하며 아내가 조금만 감내하면 되는 일인데 과민하게 반응해서 싸우게 된다고 여겼다. 반면 남편이 일을 떠넘기려 하며 투덜거리는 게 싫었던 아내는 남편의 기대를 외면하는 자신이 너무 야박한가 싶어 단호하게 거절도 못하고 짜증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적당히 넘어가주는 게 착한 아내'라는 암묵적 통념. 그들에게 은밀하게 침투되어 있는 이 차별적 의식이 문제의 초점을 옮기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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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 등장하는 남편의  대사를 보면 개념 없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아이 낳아달라' '밥 차려달라' '열심히 돕겠다' 식이다. 육아와 살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는 가정, 남자는 경제적 역할만 제대로 하고 따로 속 썩이는 일 안 만들면 그것으로 좋은 남편이라는 되물림된 전제에서 출발하는 이 말들이 지닌 일방성과 폭력성을 화자는 과연 인지하고 있을까. 남편의 '열심히 돕겠다'는 말은 그래서 불쾌하고, 시어머니의 '별나다'는 말은 그래서 굴욕적이다.


'20대 남자'라는 책에 의하면 '남녀소득이 비슷한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상투적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20대가 약 60%에 이른다. 공정함을 모르는 게 아니라 공정함이 싫은 것이다. 빼앗긴다고 여겨져서다. 차별을 얘기하면 혐오로 대응하는 사회현상의 속살이다. 육아나 살림은 여성이 더 잘하고 어울린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이 같은 차별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부추긴다.


차별이 정당하거나 선량할 수 있을까.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대한 온건한 반응은, 차별은 잘못이지만 참고 수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중적 태도를 키워낸다. 영화 속 김지영이 가부장제에 항의하는 방식 역시 '착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우울이나 자해, 자살 같은 자기 파괴적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남이 알아주길 기다릴 것인가. 차별에서 벗어나려면 '나'라는 존재의 권리와 침해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는 것부터 멈출 일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살아가려 할 때 비로소 종속된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이 시작된다.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맞서 자신을 지켜내고 주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82년생 김지영'이다. 나약한 김지영의 눈물이 아니라 당당한 김지영으로의 거듭남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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