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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존중의 부재가 가져온 이선균 사망이라는 비극 날짜 2024.01.18 21:26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75


존중의 부재




최근 배우 이선균이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혐의사실과 상관없는 사적인 녹취록 보도 등으로 지켜져야 할 피의자 인권이 보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마약 복용은 중차대한 혐의임에도 많은 대중이 그의 부재를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가리고 싶은 자기만의 민낯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온 세상에 까발려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준다. 혐의사실 여부를 떠나 이를 견디다 숨진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미안함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아울러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방향성의 오류, 사람을 대할 때 지켜져야 할 예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존중의 부재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잘못에 대한 질책과 인격적인 모독이나 정죄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에 대한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못이 있거나 그렇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막연하고도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잘못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예의를 지켜주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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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이처럼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소중한 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심한 갈등으로 상담실을 찾은 어느 엄마와 아들도 그런 경우다. 엄마는 아들에게 그가 먹고 치우지 않은 테이블 위의 음식물들을 정리하라고 시킨다. 하지만 엄마가 계속해서 혼잣말로 불만을 이어가자 이를 들으며 짜증이 난 아들은 테이블을 치우는 대신 엄마에게 화를 낸다. 음식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본인 잘못이지만 늘 엄마는 해당사안과 상관없는 말들로 자기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머리끝까지 화나게 해서 치우고 싶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엄마와 크게 다툰 아들은 그런 엄마가 미숙하고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기면서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고 엄마의 사과와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누구라도 끊임없는 잔소리와 지나친 감정폭발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이를 견디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의 부적절한 태도나 잘못된 행동을 이유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또 인격이나 그들관의 관계가 무시되거나 폄훼될 수는 없다. 십대의 아들은 이 점을 구분하게 되면서 자신이 해도 되고 하면 안되는 행동이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엄마 역시 자기 기분대로 욱하며 내지르는 것이 아들을 함부로 여기는 태도임을 자각하고 노력하게 됐다.

​예의는 단순히 예의범절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고 존중돼야 할 기준이다. 때문에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폭력이다. 상대가 받아 마땅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위는 직접 때리는 게 아니라도 심리적 폭행이다. 사랑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고 학대도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 댓가를 치르며 반성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학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차리고 성장할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내 맘대로 그 시간과 기회를 뺏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내 자리를 지키며 상대를 지켜봐 주는 것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1.17.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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