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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나쁜 사람은 정말 나쁠까 날짜 2022.06.15 00:01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205




나쁜 사람은 정말 나쁠까




독립영화를 후보작들로 꾸린 들꽃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개막작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정욱 감독의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 주인공인 교사는 지갑을 훔친 아이를 찾으려고 반 학생들에게 말한다. “자기행동을 반성하고 고치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진부한 느낌이다. 게다가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것 같아서, 또 좋은 사람 되기가 그리 간단한 일일까 싶어 묘한 의문과 반발심마저 든다.


끝까지 의심받는 아이를 보호하며 믿어주던 선생은 알고 보니 알콜 문제와 분노조절의 어려움으로 이혼한 상태였다. 어린 딸이 자신을 잘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나쁜 사람이었던 걸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에게 보인 관심과 친절은 가식이거나 자기만의 의로움이었을까. 또 반 친구를 모함한 학생에게 분출된 그의 분노는 그저 조절되지 않은 폭력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자신의 세계가 너무나 확연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경우를 만난다. 언젠가 부모의 이혼소송을 경험하던 20대 청년이 무조건 모친의 잘못임을 주장하며 부친을 위해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주 양육자인 모친과 늘 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고통스런 시간 속에 살아왔다. 그의 판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정말 그의 생각대로 모친은 나쁘기만 하고 좋은 면은 전혀 없는 사람일까.




영화 좋은사람.jpg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자신의 세계가 너무나 확연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경우를 만난다. 언젠가 부모의 이혼소송을 경험하던 20대 청년이 무조건 모친의 잘못임을 주장하며 부친을 위해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주 양육자인 모친과 늘 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고통스런 시간 속에 살아왔다. 그의 판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정말 그의 생각대로 모친은 나쁘기만 하고 좋은 면은 전혀 없는 사람일까.


갈등의 골이 깊은 부부들은 자기 상처에 대한 보상심리가 커 상담사가 자신들 중 누가 잘못한 사람인지, 더 나쁜지를 가려주기 바란다. 아예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위로를 요구하며 상대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이들은 상대를 비롯해 자기생각과 다른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못한다. 좋거나 나쁜 두 가지 선택만이 가능한 자기만의 프레임에 갇혀 사람도 삶도 보지 못한 채 잘잘못만 가리려 든다.



영화 북촌방향 홍상수.jpg



흔히들 객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보길 원한다. 하지만 과연 객관적 시각이란 걸 가질 수 있을까. 나라는 주체에서 갖게 되는 주관적 시야를 벗겨낼 수나 있는 걸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조금 뒤로 물러나 시야를 넓히려는 노력이다. 자신이 못 본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마음과 정신을 너그럽게 열고 집중하는 것. 좋고 나쁨에 국한된 경직성에서 풀려나 조금이라도 유연해질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는 좀 더 나와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할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서 주인공인 영화감독은 말한다. 어떤 일에는 수많은 우연이 작용하는데 그 일이 일어난 이유를 알고 싶은 우리는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 때문이라고 믿어버린다고. 그렇다. 우리는 답을 알고 싶기에 답 하나를 골라 정한 뒤 그것으로 정리하며 편해지려 한다.


하지만 사람은 좋기만 한 사람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 대부분의 우리는 홍상수 감독 영화의 인물들처럼 찌질하고 비루하며 부도덕한 면을 지녔다. 동시에 인간적이고 제법 똑똑한 면이나 나름 성실한 구석도 있는 마이웨이 보행자들이다.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내 앞의 사람에게 충실히 말 걸고 많이 안아주면 어떨까.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 2022-05-12 19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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