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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어쨋든 정당한 폭력은 없다 날짜 2022.04.17 21:03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323


 따끔한 공감



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시상식 도중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윌 스미스는 탈모진단을 받은 뒤 삭발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의 아내에게 록이 지나친 농담을 하자 격분하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윌 스미스의 행동은 상대가 ‘맞아도 싸다’는 옹호론과 ‘용납될 수 없는 폭력’이라는 양분된 반응을 야기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미디어 리얼리서치 코리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이 ‘스미스와 똑같이 반응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임은 동감하나 폭력 자체는 잘못’이라는 응답도 과반을 훌쩍 넘겼다(64.4%).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크리스 록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데 대해 인정하는 동시에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데 꽤 많은 사람들이 적극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좋은 남편이지만 화가 나면 폭력적이 되어 아내와 갈등을 겪던 상담실의 한 내담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이 사건을 두고 자신도 윌 스미스와 똑같이 했을 거 같다고 했다. 더불어 왜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분노행동도 이유가 없는 게 아닌 만큼 아내가 자신의 그런 폭발적 행동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책임 있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내의 관용과 희생을 통해 해결하려 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모습이다. 록의 도 넘은 농담이 잘못이기에 스미스는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자신의 아내를 모욕할 때 화나지 않는 남편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윌 스미스의 분노가 너무 잘 공감된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런 그에게 화가 났을 거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과 입장이 잘 와 닿고 이해된다고 해서 그 이후 선택된 행동이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공감과 선택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구별되어야 할 별개의 사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혼동하는 것 중 하나가 이해와 공감을 동의나 허락으로 여기는 것이다. 흔히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자녀의 얘기를 경청하며 이해하기 힘든 이유도 그것이다. 휴대폰을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신형 핸드폰으로 바꿔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부모를 상상해 보자. 원하는 걸 갖고 싶은 아이 마음은 이해되지만 새 휴대폰을 사는 건 다른 얘기다. 실은 이 같은 오해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 어렵게 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잘못된 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자기행동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자기본인에게 있다. 우린 그 이유가 담긴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입장에 대해 아낌없이 공감해 줄 수 있으면 된다. 그러려면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부터 잘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따뜻한 공감이 아닌 따끔한 공감의 자세가 필요하다. ‘화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당신 행동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교육학 박사


**위 내용은 [브릿지경제] 2022.4.8.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https://www.viva100.com/main/view.php?lcode=&series=&key=2022040701000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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