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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좋은 사람 되기로 행복할 수 있을까? 날짜 2022.03.13 23:23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257
    좋은 사람 되기로 행복할 수 있을까?




최근 주목받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면 주인공 가후쿠는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내색하지 않고 살다가 아내가 죽은 후 아내의 불륜상대와 맞닥뜨린다. 연기하는 배우가 직업이지만 그의 삶은 무대 밖에서도 연기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는 그 부조리를 해결이 아닌 감내의 시선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 불편한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전작 ‘해피 아워’에서는 네 명의 친구들이 이혼과 외도라는 상처를 둘러싸고 좌충우돌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행위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각각 뒤에 숨어서 모르는 척 하거나 맹렬히 나서서 공격하기도 하고 거리를 두며 침묵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인물 개개인의 다양한 내면들을 쫓다보면 어느 순간 그들을 이쪽 저쪽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다소 기이한(?) 지점에 가닿는다는 것이다. 선량한 정신적 리더인 줄 알았는데 퇴폐적인 모습을 보인다던가, 규칙을 중시하는 줄 알았는데 일탈에 대한 욕구를 터뜨리고, 순종적인 성향이었는데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식이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무엇이 옳은 걸까.


해피아워.jpg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옳고 그름이라는 분별은 분명 필요하다. 사회문화적 기준과 경계도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협의의 개념으로만 인과적으로 적용된다면 우리의 삶은 매우 팍팍하고 건조해진다. 세상은 단순한 규칙이나 기준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우리의 의식과 행동은 잘못과 실수를 오가며 자각과 변화의 노력 속에 성장 발전하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흔한 오류 중 하나는 어느 하나만 보며 달려가는 것이다. 상대를 좋은 사람이라 여기며 의심치 않거나 나쁘다고 여기며 적으로 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여기에 매달리는 것도 관계 시 쉽게 빠지는 유혹이다. 상대가 관심을 거두고 떠나 나 혼자 남게 될까봐 두려워서, 반대로 상대의 단점이나 한계를 견디지 못해 내가 떠날까봐 무서워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며 지내는 것이다.


드라이브마이카.jpg



얼마 전 성격이나 외모, 능력 등이 수려한 기혼여성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흥미로운 것은 시어머니로부터 학대 수준의 온갖 관여와 수모를 당해왔으나 여전히 시어머니에게 잘 해서 사랑받고 싶다는 동경을 품고 있는 점이었다. 좋은 며느리가 되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시부모 앞에서의 그녀 대답은 어떤 상황에서도 늘 yes였다. 그녀의 다른 대인관계도 이와 비슷해서 때로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상대와 더없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면 가득한 억울함과 불안, 두려움이 비명같은 울음으로 쏟아져 나오곤 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집중하며 불행해져왔다.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뭘까. 행복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이지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때로 이기적이지만 더없이 헌신적이고, 순수하지만 영악스러운 면도 있는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우리도 먼저 우리의 양면을 허락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실제 모습은 어느 하나일 수 없고 그건 관계의 성공이나 진정한 친밀감과 거리가 멀다. 새해에는 사랑을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나와 상대의 이런 저런 면을 통합해서 바라보는 입체적인 만남의 시간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행복을 감당할 수 있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교육학 박사)



** 위 내용은 <브릿지경제>에2022.2.3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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