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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나와 친해지기 날짜 2022.01.02 19:53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227

나와 잘 지내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벌거벗은 나무, 나목으로 유명한 화가 박수근 전시가 한창이다. 그림을 팔아 식솔을 먹여 살렸다 해서 생계형 화가로 불린다. 거친 질감에 무심하고 단순한 형태로 그려진 그의 그림은 간결하고 소박하며 정감이 있다. 그의 삶 또한 그렇다. 그가 노트에 적은 글을 보면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가난해서 물질적인 풍요는 줄 수 없지만 끝까지 정신적인 행복을 책임지겠노라 약속한 뒤 궁핍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주어진 생활에 묵묵했던 그의 내면이 잘 반영돼 있다. 그가 그린 소는 금방이라도 박차고 내달릴 듯한 이중섭의 소와는 전혀 다르다. 순한 눈으로 멈춰 서서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림 속의 사람들도 길이나 밭에서 애를 업거나 짐을 이고 있는가 하면 걷거나 쉬거나 물건을 팔며 자신들의 현재에 충실하다. 소설가 박완서는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전쟁 후 의 그 참담한 시기에 미치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며 버텨낸 그를 소설로 기렸다.


박수근 나목.jpg



박수근은 미술교육조차 제대로 받아본 적 없지만 자신이 누구이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심리학과 상담에서는 이러한 자기이해와 수용의 태도를 중시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스스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어서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는 각양각색이다. 불편한 기분이나 감정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길 원하기도 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을 가이드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또 자기 생각이 옳음을 확인받고 싶어하거나 맘 상하게 하는 상대의 태도를 바꿔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조금 세련된 내담자들은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고 싶다며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자신을 탐색하고자 한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피상적인 수위에서 빙빙 돌기도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일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이혼상담 중에 있었던 일이 그 예다. 남편은 성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지속적인 언어폭력으로 아내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결국 정신과 약을 먹으며 버티던 아내는 가출과 함께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상담 중에도 자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며 깊은 상처를 주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끝내 아내를 놓아줄 수 없다며 소송 진행을 선택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런 나를 긍정적으로 잘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런 나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 그런 사람은 굳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숨기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자기 삶을 조물조물 잘 만들어가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문제가 없거나 성격이 좋고 싸우지 않을 때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런 뒤죽박죽 일상 속에서 내 할 일을 하며 일상에 충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품에 들어온다.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팬데믹으로 혼란스럽고 대선과 인플레의 요동, 우울과 혐오정서의 만연으로 어지럽다. 그럴수록 새해에는 더 잘 자고 밥도 잘 챙겨 먹으며 열심히 일하고 재밌게 놀면 좋겠다. 지금의 나를 잘 알고 내 할 일과 즐거움을 잘 찾아 견고하게 지켜내는 것이 곧 성장이고 행복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위 내용은 브릿지경제 '브릿지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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