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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안미경의 심리칼럼]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 날짜 2021.12.19 22:58
글쓴이 예담심리상담센터 조회 223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



흡입력이 굉장하다. 아니 너무 무서워 눈을 돌리기 어려웠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지옥’ 얘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임의로 선택한 대상을 참혹하게 살해하는 내용인데 흥미로운 건 이런 죽음을 둘러싼 종교적 프레임과 사람들의 반응이다. 신의 결정이라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무조건적인 복종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KKK단을 연상시키는 화살촉 시위대와 성경 속 바리세인처럼 냉소적인 사제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지워버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가히 공포스럽다. 여기서 소름끼치도록 잔인하고 무서운 건 의도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사건이 아니라 분별하길 멈춰버린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어떤 사건이나 대상을 절대적 현상이나 존재로 이상화하며 이에 대해 복종하는 이면에는 완벽하게 보호받고 싶은 의존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안심시켜주고 안전하게 돌봐주길 바라는 기대다. 대인관계에서도 이처럼 상대에 대해 과도한 환상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상화’라고 한다. 상대가 갖는 실제모습과 한계를 인식하지 않고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완벽한 모습으로 확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넷플릭스 지옥.jpg



관계에서의 이상화는 때로 극단적인 경우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늘 함께 하는 일상적 심리현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어느 누군가에게 집중하며 그를 아주 좋은 사람이거나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는 환상을 갖곤 한다. 어린아이는 엄마나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스럽고 모르는 게 없으며 그들의 말은 모두 맞는 최고의 사람으로 생각한다. 커서 연인을 만나면 세상에 그보다 나를 더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이보다 더 착하거나 따뜻한 사람은 없다고 여긴다.

아쉽게도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좋기만 한 부모도 없고 착하기만 한 연인도 없다. 부모도 때론 자식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공격한다. 자식 역시 때로는 부모를 원망하며 무시하고 배척한다. 그렇게 부정적이고 불편한 무의식 속 마음들이 의식의 표면 위로 표출돼 주고받으며 갈등과 봉합, 원망과 이해를 나누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것이 우리 삶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때로 짜증스럽고 힘들다.


좋기만한 관계2.jpg




소중한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그를 미워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보다는 상대를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관계를 잘 유지할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 훨씬 맘 편하고 간단하다. 부모를 비난하거나 떠나는 일도 어렵다. 그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거나 부모는 자식이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고 스스로에게 의무나 도리를 부여하는 것이 더 쉽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를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 그 안에서 보호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이상화 욕구를 조절하면서 상대를 수용해야 한다. 마음이 공허하고 우울할수록 우리는 상대에게 완벽히 의존할 방법을 추구하게 된다. 쉽지는 않지만 친밀한 사람이 미울 때 상대가 미운 내 불편한 마음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잘못을 용서할 수 있어야 성숙한 관계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위 내용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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